수락산 역 스크린 도어에서 시를 보다 (4)
오늘은 반대편 타는 곳 에서 예쁘게 걸려 있는 시를 보기로
마음먹고 발 품좀 팔았습니다.
역시 오늘도
전철을 한대 먼저보내고
시가걸린 스크린 도어를 하나 하나 더듬어
시 를 읽어갔습니다.
마누라 한테 혼나지 않을 시간 만큼만...
사 모 곡
감 태준
어머니는 죽어서 달이 되어었다
바람에게도 가지 않고
어머니는 달이 되어
나와 함께 긴 밤을,
같이 걸었다.
슬 픈 국
김 녕승
모든 국은 어쩐지
괜히 슬프다
왜 슬프냐 하면
모른다 무조건
슬프다
냉이국이건 쑥국이건
너무 슬퍼서
고갓국은 발음도 못 하겠다.
고깃국은. . . . .
봄이다 고깃국이.
세검정 에서
김 수복
흐린 가을날 저무는 하늘 언저리에
낮은 산들이 내려앉는다
낮은 산에는 물소리가 들리고
앞 들이 흔들린다
우리가 낮은 세상에 물소리로 떠돌아
어느 메마른 나무뿌리 곁에나
살짝 들어앉아 있을런지
세검정에 와서 산을 바라보면
물소리로 들린다.
양 화 촌
김 상훈
살구 꽃 피는 마을
피는 꽃이 저리 곱다
피는 꽃 저너머로
목슴도 오가는 날이
저리 꽃 길이고저
사랑
고 은
불 끄고
옷 벗고
우리 내외 알몸으로 일어서서
살이란 살 다 내리도록
껴안은 뼈 두 자루
2011. 6. 13 수락산 역 에서