오늘도 도봉산7호선역
스크린도어를
2바퀴 돌며
시를 옮겨 오느라 시간이 가는줄 몰랐어요!
도봉산역 7호선 환승역에서 시를 보다(4)
사 랑 에 대 하 여
김 용오
만일 당신이 사랑이라는 것을
한 마리 귀여운 새라고 생각하여
두 손으로 너무 꼭 쥐고 있다면
언제인가 숨이 쉴수없어 죽으리라
그렇다고 너무 힘없이 잡고 있어도 안 되리라
어느덧 사랑은 한 마리 노래 잃은 새와같이
당신의 외로운 가슴을 떠나
손닿지 못하는 먼허공 밖으로
푸드득 날아가 버리고 말테니까.
봄 눈
유 희운
금방 가야 할 걸
뭐 하러 내려왔니
위리 엄마는
시골에 홀로 계신
외할머니의 봄눈입니다.
눈물 글썽한 봄눈입니다.
젖 은 날 개
추 명희
건조대에 젖은 빨래가 너무 무겁다.
눈물이 마를 새 없는 젖은 날개
사람들의 슬픔을 말리느라
천사들의 어깨도 늘 저렇게 젖어 있을까
지상에 발이 닿지 않는 천사의 위로가
따뜻하게 살아있는 세상의 한 때
누군가의 근심을 나누어 져주느라
뒷모습을 가만히 보라
어깨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.
가장 소중한 것
최 영숙
금고에 보관할까
몸에 지닐까
금고에 넣어
너의 순수함이
빗장을 열어줄까 불안하고
몸네 지니고 다니자니
너의 아름다움이
모든 아들 눈을 모을까 두렵구나.
반 딧 불 이
홍 천안
파란 전등이 검은 그물을 뚫고
광야를 달린다
반딧불이 도깨비와 씨름하며 산을 오른다
밭고랑에 누워있는 꿀물 참외를
개구쟁이 숨소리에 귀 기울인다
줄기에 걸려 넘어진 아이
원두막엔 주인의 헛기침 소리 울려퍼진다.
툇마루에 걸터앉아 조각달에
얼굴을 비추어 보다가 반딧불이를
따라 보다가 하늘의 별을 헤어본다
2011. 6. 25 도봉산 7호선역에서